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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안테나>어린이 드라마 공모에 비정상적 내용 주류
경향신문 | 2001.01.04

'콩 심은데 콩 난다'. 유아원 교사들은 아이들을 통해 부모의 직업은 물론 평소 부모의 언행은 어떤지, 부부.고부간의 사이는 좋은지 등 집안 속사정까지 안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기 때문이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 눈에 비친 현재 TV 드라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EBS가 국내 방송사 처음으로 개최한 어린이 대상의 드라마 공모에 몰린 응모작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초등학생이 보내온 200편, 중학생작 100여편 등 총 300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50% 이상이 '콩쥐팥쥐식 선악대결' 아니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어린이들의 순진하고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기대했던 방송사측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소재의 독창성은 고사하고 기존 TV드라마의 내용을 답습한 것이 다수를 이뤘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인 가족관계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가운데 아버지의 외도로 새엄마가 생기고 전혀 몰랐던 동생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또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도 새로 전학온 친구가 엄청난 부자이거나 가난한 아이어서 친구들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좋은걸 어떡해' '온달왕자들' '아줌마' '진실' '줄리엣의 남자' 등이 어린이들이 쓴 드라마에 고스란히 담겨진 것이다.
이번 공모에는 '엄마와 딸'을 집필한 박진숙 작가를 포함한 작가.드라마 연출자들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물론 대상을 비롯한 우수상.가작 등 5편은 아이들의 고유한 세계가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다. 대상작 '어린 형제의 어느 겨울'(최정선.고삼초등 5년)은 자장면을 먹기 위해 추운 겨울 40리길을 걸어가는 9살.5살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오는 22∼26일(오후 8시) 설날특집으로 수상작 5편을 방송할 예정으로 드라마 제작이 한창이다. 연출은 영화 '서울예수' '마리아와 여인숙' 등을 만든 선우완 감독이 맡았다.
심사에 참가한 이창용 프로듀서는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참 부끄러웠다. TV 드라마에서 얼마나 비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자극적인 내용을 일삼았는지 깨달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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